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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강남에서 삼성장학회 2022년 졸업생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졸업생 대표의 Welcome Speech 요청을 받아 환영사를 하였습니다. 국내에 있는 많은 장학생과 홍콩,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여러명의 장학생이 참석하여 서로를 격려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학생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생략하고 나머지 원문을 공개합니다)

장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귀중한 시간에 15분 동안 무슨 말을 해야 여러분에게 가장 도움이 될까요?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아직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저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행동 한가지는 어머니 말씀을 무시하고 담배를 피웠던 것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를 듣고 담배를 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나서 때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중에 ‘진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해 본 사람 있나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해본 사람 있나요? 저의 경우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온 우주 속에 오직 나홀로 존재하는 고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면서 평안함 속에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지요. 죽을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나면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여러분, 지식과 깨달음,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저는 인생의 전반부는 지식을 얻고 활용해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인생의 후반부에는 깨달음을 얻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깨달음이란 정견(正見),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가오는 모든 상황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건강과 아픔,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등 사람으로 태어나서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어서 수행을 할 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42개 문장이나 단어 중 몇 가지를 체험해 봤는지 생각해보세요.

눈앞이 깜깜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숨이 턱 막힌다. 머리칼이 쭈뼛 선다. 깜짝 놀라다. 온몸에 식은땀이 난다. 가슴이 짠하다. 눈물이 줄줄 흐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허겁지겁, 당혹감, 허탈함, 안타까움, 막연한 기다림, 뒤늦은 후회, 애절한 눈빛,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도 두렵지 않은 마음, 간절한 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 절규하는 목소리, 공허함, 거친 숨소리, 일순간의 고요함, 집착, 어리석음.

뛸 듯이 기쁘다. 날아갈 것 같다. 경이롭다. 정말 고맙다. 짜릿함, 두근거림, 설래임, 애틋함, 안도감, 평안함, 즐거움, 유쾌함, 담대함, 평범한 행복, 사랑, 감사. 여러분은 이것 중 몇 가지를 온몸으로 느껴본 적이 있나요?

 

저의 경우, 물에 빠져 죽을뻔한 2번의 경험, 자동차에 치여 죽을뻔한 3번의 경험, 자동차로 사람을 죽일뻔한 1번의 경험(시동을 걸자 차 밑에서 노숙인이 기어 나옴), 숨이 막혀 죽을 뻔한 1번의 경험(인도네시아), 근심과 걱정으로 2달간 잠을 설친 경험, 길거리에서 불량배들을 만난 2번의 경험(한국 새벽, 인도네시아 저녁), 형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바라본 경험, 건강하게 보이던 친구 같은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이것들은, 60년 가까이 살면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생생하게 느낀 몇 가지 감정들입니다. 생각해볼수록 기적 같은 하늘의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저절로 감사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거쳐 만들어진 지금의 모습, 지금의 마음, 지금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 바로 여러분 앞에 서있는 김용년입니다.

여러분은 현재까지 어떤 경험을 해보셨나요? 아마 각자가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여러분은 제가 겪은 모든 경험 중에 힘든 경험은 되도록 적게 하기를 바랍니다. 어느 역사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전쟁만 일어나지 않아도 행운아라고 말했는데요, 순탄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제 인생도 생각해보니 많은 일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인생이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시간여행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의 소망은 기쁨과 즐거움은 자주 오래 경험하기를 바라고, 슬픔과 노여움은 아주 가끔 짧게 경험하기를 바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슬프고 힘든 시간은 길게 느껴집니다. 인생을 길게 느끼며 살고 싶다면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살면 됩니다. 참으로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구에 태어난 대다수 사람의 인생은 자기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러시아 시인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우리는 삶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온몸으로 경험하되, 왔다가 사라지는 느낌에 깊이 빠지거나 집착하지 말고, 여러 가지 감정을 자신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활용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어떤 시인과 철학자는 어린 아기를 보면 측은지심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에 대한 것들이 자기 눈에 생생하게 보이니까 너무 안쓰럽다는 겁니다. 나이가 든 어르신들은 사진을 잘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친구와 주변의 많은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간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까요.

 

대체로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에게 남은 생은 얼마나 될까? 나에게 남은 건강수명은 몇 년이나 될까?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회사 강○○ 회장은 90세에 별세했지만 그중 11년은 병원에서 의식 없는 식물인간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의식 없이 식물인간으로 산 11년이 그분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인생을 얼마나 오래 살면 만족할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공허하고 황당한 일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제가 주변의 지인이나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의 동년배나 지인들이 모두 하늘나라에 갔는데 혼자 살아있는 것일 겁니다. 공허함. 황당함. 많은 어르신이 인생의 마지막 기간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10여년전 이현재 국무총리께서 호암재단을 떠나면서 임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월은 무척 빠르게 흘러가고, 인생은 마치 한편의 일장춘몽과 같다. 그리고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때는 어렴풋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조금 더 그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은 얼마나 될까요? 100%? 50%? 25%?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각할 겁니다. 인생에서 선택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해 살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학회 연혁 및 주요 성과 설명

 

삼성장학회는 세계적 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2002년 설립부터 2021년 사업종료까지 20년간 사업비 약 2천억을 사용해서 9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였고, 프리 아카데미, 학술캠프, 졸업생 모임 등 체계적인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외 대학교수 250여명, 국내외 기업체에 500여명 등 750명의 장학생이 여러 분야에서 주요 인재로 활동 중이며, 3천편 이상의 SCI 저널 논문 발표 등 학문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2002년 38세가 되던 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입사 제의를 받고 합류해서, 2020년 말까지 관리자와 임원으로 장학사업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삼성장학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면서 항상 20년 뒤의 결과를 생각하면서 행동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장학생 선발 과정부터 장학생들이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시간이 갈수록 장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면서, 주변 사람과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가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유학 전 프리 아카데미, 유학 중 학술캠프, 유학 후 졸업생 모임 등을 기획하여 운영하였고, 11년간 520회의 소식지를 장학생들에게 발송했습니다.

 

향후 졸업생 모임에 대한 저의 바람은, 국내외 대학교수, 국가기관이나 기업체 연구원, 벤처 사업가 등 사회의 리더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 지금부터 졸업생 모임을 통해 더욱더 서로 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핵심인재, 두뇌집단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초부터, 장학생들이 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어떻게 하면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내년부터 장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의 통로 역할을 하겠습니다. 장학생들의 필요를 연결해주는 도우미 역할, 장학생들의 주요 소식을 공지하는 알리미 역할 등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장학생을 위해 예전 소식지처럼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있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글을 쓸 만큼의 경험과 인생을 살아왔는가? 나는 세상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어휘력을 사투리 영어로 ‘부엌에불러리(Vocabulary)’라고 합니다. 나에게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땔 만큼 인생 경험이 있는가?

 

삶의 지혜, 깨달음에 대한 글을 써서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니, 깨달음에 대한 글을 쓰려면 사람들이 경험하는 느낌을 온몸으로 체험해봐야 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었습니다.

 

내년 1월부터 하루에 한편 글쓰기를 통해 장학생간 소통의 모티브를 제공하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최근 공부하고 있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깨달음 등 삶에 관한 지혜를 제공하겠습니다.

 

만약 제안하고 싶은 사항이나 의견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카톡 등으로 저에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검토해 보고,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재능을 갖고 태어납니다. 특별히 여러분은 하늘로부터 우수한 학문적 재능과 성품을 부여받았습니다. 이 재능을 작게는 가족을 위해, 크게는 국가와 인류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인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11월 15일에 지구에 80억 인구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80억 중에서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장학생이 되기 위해 지원한 1만명 중에서 900명 안에 들어 합격하고, 그리고 현재까지 살아서,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오늘 귀중한 시간에 만나게 된 우리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80억 인구 중에 이런 시절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건 기막힌 인연입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소중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살아가면서 누구와 인연을 맺고 동행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일에 함께 웃고 불행한 일에 함께 우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평생 누군가와 함께하는 우리 삶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해 줄 수 있는 동행이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사람의 관계는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합니다. 친구는 크게 성공했는데 내가 크게 실패했다든지, 나는 아주 건강한데 친구에게 큰 병이 찾아왔다든지, 친구 자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내 자녀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든지 등등 여러 가지 사유로 친구가 나에게서 멀어지기도 하고, 내가 친구로부터 멀어지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쓴 연세대 마광수 교수를 아시나요? 인간의 성을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홀로 고독사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지요. 죽기 전에 ‘자신의 시신을 먼저 발견하는 지인이 장례를 치러주고 남은 자산을 가지라’고 유서를 남겨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어떤 경우가 발생해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졸업생 모임을 통해 서로 신뢰하면서 협력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삶의 활력이 넘치는 인생의 전반부에는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살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후반부가 찾아오면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삼성장학회 김용년 상무

(前 삼성이건희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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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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