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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맛 빠기!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 당신은 현재까지 무엇이 가장 큰 슬픔이었나? 아마도 많은 사람의 경우, 소중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경험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서는 오직 한가지, 태어나는 순서뿐이다.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 태어나서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사망신고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어느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집안에서 태어난 순서대로 하늘나라로 올라간다면 그것은 아주 큰 축복이라고. 만약 태어난 순서가 뒤바뀌어서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간다면 엄청난 슬픔을 초래할 것이다. 상상해 보라.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죽음이라는 슬픔이다. 인간의 슬픈 운명이다. 누구든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을 경험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사람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하지만,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음이라는 슬픔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식이 갑자기 먼저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비참한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는 일단 잘해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시간과 순서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 가사처럼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나서 울고불고 소리쳐봐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내가 경험한 죽음의 무게는 이렇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슬픔보다는 놀라움과 무서움을 느꼈다. 소중한 사람이 하늘로 떠나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한 것이다. 내가 30대 초반에 둘째 형님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는 인생의 허무함, 분노,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허탈함과 큰 슬픔이 몰려왔다. 몇 달 동안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만일의 사태를 준비했지만, 슬픔의 감정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자녀가 코로나로 인해 위험한 상황까지 갔을 때는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느껴졌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둘째 아들을 잃으시고 소천하시기 전까지 가슴에 큰 슬픔이 있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는데,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30대 중반에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원인 모를 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병원 응급실에 누워서 숨을 거의 쉴 수 없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 나도 모르게 저절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빨리 죽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하고 나니까, 아내와 함께 식사하고, 자녀와 함께 산책하는 등 일상의 순간순간이 잔잔한 행복으로 느껴졌다.

 

인생 60년을 살면서 다양한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경험했다. 여러 가지의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을 체험했다. 만약 젊은 시절에 이런 깨달음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생의 행복 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이제는 마음에 그 문을 열어줘~’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소중한 사람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미움과 원망을 내려놓고, 오직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 그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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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년 연구소장
메타글로벌리서치
브런치 작가

 메타 글로벌 리서치 

 김용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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