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노후의 독립을 향한 변화, 셀프 부양 시대의 시작

최근 고령층 사이에서 '셀프 부양'이라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려는 움직임으로, 단순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가치관의 전환을 반영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24.2%가 본인의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직접 노후 생활비로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9년 9%에서 꾸준히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자녀에게 전부 또는 많이 상속하겠다는 응답이 23.3%에서 6.5%로 감소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변화는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는 혼자 생활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고령층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고령층의 셀프 부양 경향은 생활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전과 달리 자녀와 동거하거나 자녀 집에 의존하는 대신, 독립적인 거주와 소득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령층이 많아졌다. 실제로 1인 가구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녀 세대와의 심리적 거리 역시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고령층이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전에는 자녀를 위한 재산 축적과 상속이 당연시되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의 질과 안정이 더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는 노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존의 가족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개인 중심적 가치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셀프 부양은 단지 고령층의 자립 의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한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자녀가 부모를 전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 스스로도 자녀에게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자산과 능력을 통해 노후를 계획하려는 실용적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노후 정책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와 사회는 점점 더 개인의 노후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주택연금과 경제활동을 통한 현실적 노후 준비

고령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평생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수령하는 제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13만 3,000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부가 가입 기준을 기존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완화하면서, 수도권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령층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이 제도는 부동산 자산이 있는 고령층에게 실질적인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자, 안정적인 주거와 삶의 질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택연금과 함께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7.3%로, 10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은퇴 후에도 재취업하거나 창업에 도전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삶의 활력과 사회적 연결망 유지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고령층의 소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023년 기준 노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469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16년 대비 약 34% 증가한 수치로, 고령층이 단순히 수동적인 복지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인 경제 주체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고령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직업 재교육, 일자리 알선, 창업 컨설팅 등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하며, 기존의 복지 중심 정책에서 자립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연금과 같은 제도는 더욱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고령층이 주거 안정과 생활비 확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령층은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곧 고령화 사회에서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정년 연장과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

고령층의 경제활동 증가와 셀프 부양 경향이 확산되면서, 법적·제도적 측면에서의 뒷받침 또한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 노동력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정년 연장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평균 기대수명이 늘고 건강 상태가 개선되면서 실제로는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고령자가 많아졌다. 노동계는 이를 반영해 법정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정년 연장 대신 정년 이후 재고용 방식의 유연한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세대 간 고용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령자 고용은 단지 개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서, 국가 경제와 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층의 노동력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고령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정년 연장 논의를 넘어, 고령층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 건강관리,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가 고령자 노동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현재는 여전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가 단순 노무직이나 임시직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이들을 위한 전문직, 상담직, 교육직 등 다양한 형태의 고령 친화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동시에 건강 문제, 직무 적응력,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며, 이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고령층의 셀프 부양은 개인의 결단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응답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령자 노인
고령자

반응형